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즐기지 못했던 연극 감상!
붐비는 사람들로 활기찬 혜화동 거리에서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공연 시간에 맞춰 브릭스 시어터에 도착했습니다.
감각적인 포스터 디자인에 매료된 듯 예약한 공연이라 더욱 기대가 컸는데요.
저도 ‘데미안’을 읽은 게 오래 전이라 ‘다시 읽어올 걸’ 하는 아쉬움이 좀 남았어요.그래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스토리로 기억을 더듬으며 관람했어요.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대학로는 역시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중간에 버스킹 공연도 구경하면서 공연장 앞 티켓박스에 갔어요.혜화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브릭스 시어터는 전에 한 번 와본 공연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항상 좋은 공연만 보고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헬크런츠’ 오늘의 캐스트 데미안 역 – 김도빈 싱클레어 역 – 송유동 크나우어 역 – 허영선 알폰스 벡 역 – 김기리
사실 캐스팅 보고 예매를 하는데 다른 배우분들은 이미 연극에서 꽤 많은 팬을 보유하고 계실 텐데 김기리 배우님은 이번 연극이 처음이에요.예전에 개그맨이었을 때부터 광팬이었기 때문에 예매할 때 꼭 김기리 배우가 캐스팅으로 나오는 날 가자고 친구들에게 조금 조르곤 했습니다.큰 기대감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객석에 들어왔습니다.
<헤르츠크란시놉시스> 20세기 중반 독일이 동서로 갈라졌을 무렵 규율이 엄격한 신학교 헤일리치에 부임한 견습교사 데미안은 수상한 특별활동반 ‘캄프’를 만든다.방황하던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만나기 위해 ‘캄프’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에 이끌리기 시작한다.그러나 행복도 잠시, 데미안이 말없이 사라지면 ‘캄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공간이 된다.그로부터 몇 년 뒤 싱클레어는 오랜 여행 끝에 데미안 작업실에 도착하는데.
<헤르츠클랜 기본정보> 보수적이고 엄격한 신학교 헤일리히에서 펼쳐지는 수상한 특별활동반 ‘캄프’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자아실현과 환경 사이에서 갈등하고 부딪히는 이야기를 격정적으로 그려낸다.
교차하는 과거와 현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인간적이고 불안한 인물의 복잡한 심리 변화! 뜨거운 논쟁과 갈등을 통해 발견하는 스스로의 길. 그 고난과 어려움의 과정에 함께하며 나 자신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의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세계관이나 주제의식은 같다고 생각하니 시놉시스와 작품의 기본 정보를 읽고 데미안의 내용이 문득 떠오른 것 같았습니다.어쩐지 이번 공연이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은 데미안을 찾아온 싱클레어의 등장으로 시작됐는데, 대화를 나누고 과거로 넘어가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보통은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는 공연을 많이 본 것 같은데 조금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무대도 심플한 편이라 극 장면 전환의 대부분은 암전했지만 조금 빛나는 별빛도 보기 쉬웠고 음악도 전체적으로 극과 어울리는 편이었습니다.의외로 신나는 음악이 나와서 싱클레어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리게 표현된 것 같아요.
배우 김기리 씨는 첫 연극인데 사실 친구들이 뭐라고 할까봐 조금 걱정이 됐지만 생각보다 극에 집중할 수 있었고 딕션이나 목소리 톤도 너무 좋았어요.친구도 개그맨 이미지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니 배우로서도 조만간 인정받지 않을까.팬 입장에서 너무 기뻤어요.
알폰스 벡은 1인 3역할을 소화해야 하는데 3명 다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라 엄청난 연습을 한 것 같아요.첫 공연이라 부담스럽겠지만 전혀 위화감 없이 3역할을 다 잘 소화한 것 같아요.
헤르츠클란은 극적으로 클라이맥스가 다루는 작품이 아닙니다.공연 내내 잔잔하고 조용한 편이었고, 사극이라 표현 방식이나 소재도 조금 무겁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공연을 보는 내내 생각한 것은 ‘나’ 자신을 나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까.하고 싶다는 의문이 있었어요.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고난과 어려움을 통해 자신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표현이 많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왜 우리를 지나칠까?포스터에 있던 내용처럼 이 말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사에도 몇 번 등장하는데 조금 생각하게 만든 질문이었는데 싱클레어가 전하고자 한 의미는 무엇일까.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다들 다른 느낌의 소감을 들려주셨어요.
공연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몇 개 있었는데 사실 공연을 볼 때는 별 의미 없이 흘린 것 같은데 하나씩 대사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어요.
‘ 혼자서는 외딴 섬이 아니다.”외딴 섬처럼 보일 뿐”
‘ 깨어나면 돼 꿈이든 인생이든”
저는 나무를 안아줄 수 있어요.대민안도 싱클레어도요. 하지만 저를 안아주는 방법은 모르겠어요. ‘
마지막 대사는 사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너무 슬픈 기분이 들었어요.나는 과연 나를 안아주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쿠나우어는 혹시 많이 서운하지 않았을까?
뭔가 너무 여운이 많이 남거나 생각할 만한 숙제를 주는 공연인 것 같기도 합니다.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서정적인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셔도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실 겁니다.공연을 보실 예정이라면 오시기 전에 ‘데미안’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렇게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무대까지 봤는데 배우들 모두 너무 좋았고 김기리 배우님의 모습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공연이어서 더 좋았습니다.앞으로도 배우로서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이상 헤르츠크란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본 투고는 업자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