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고, 최근에는 망원경이 아니라 컴퓨터로 본다고 합니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나와 동떨어진 먼 곳에서 반짝이는 것 말고는 특별한 영향을 줄 것도 없는 별에 왜 호기심을 갖는 걸까. 오히려 우주의 기원이나 우주 만물의 법칙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까. 별은….현실과 너무나 먼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별만큼 인류에게 밀접하게 영향을 미쳐 탐구의 대상이 된 일도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도 12개월 달력을 넘기면서 할 일을 체크하고 하루가 저물기 전에 계획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시계를 바쁘게 본다. (지구의 자전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지구라는 공간. 이 모든 것이 별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다. 천문학자가 별을 안 보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라며 두리번거리며 책장을 펼쳤다. 나와는 너무 다른 분야 전문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흥미롭거나 매우 공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와,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전개된다. 아주 흥미로운 별 이야기라기보다는 – 다소 건조하지만 진정성이 있다고나 할까. 우주와 별을 예찬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평범한 직업인의 시선과 고백을 다뤘지만 공감된다.

저자는 천문학 전공자로는 해외 체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박사다. 그래서 해외에 가지 않아도 별을 직접 관측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책상 앞 모니터를 노리는 체력만 뒷받침해주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막연히 망원경을 쥐고 천체를 관측하는 모습만 그린 나로서는 최근 인공 CCTV가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우주 관측은 컴퓨터 모니터로 가능하다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아마 책 제목에 별을 보지 않겠다고 쓴 것도 이런 이미지로 천문학자와 실제 천문학자의 간극을 설명하는 상징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사실 많은 직업인에게 이런 오해가 얼마나 많을까.

저자는 겸손하게도 삶을 흐름대로 살아왔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흐름을 이렇게 잘 타고 살 수 있는 것도 능력이 아닐까 싶다. 다만 모니터 앞에 앉아 계속 관측만 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이 즐겁다는 저자의 고백을 보면 역시 삶을 풍요롭게 사는 명확한 방법 중 하나는 덕후가 된다는 것도. 천문학자들은 사실 웬만한 덕후 기질이 없이는 어려울 것 같다는 예측도 함께 듣는다.

한국인 최초의 외계인 이소연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외계인 이소연 씨가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실험을 실시하기 위해 고도의 훈련을 거쳐 열흘 동안 우주에 머물렀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선발 과정에서 남성 우주인이 여성 우주인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들려온 잡음과 편견, 또 지구로 귀국할 때까지 생사를 오간 이벤트, 우주실험의 성격, 그리고 결과 외계인 프로젝트가 이벤트적으로 멈추라며 이소연 박사의 이후 진로와 방향성 문제까지 나중에 결혼과 퇴사에 이은 비난은 모두 처음 알게 된 것이었다. 저자는 이소연 박사의 안타까움을 저자가 겪은 워킹맘으로서의 고충 일화로 말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나와 전혀 접점이 없는 줄 알았던 외계인 이소연 박사였지만 글을 마치는 무렴 같은 여성으로서 좀 더 직업인에게 대우받고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게 됐다.

저자는 지금 달천공의 천문학자다. 한국은 2026년 달에 탐사대를 이용하기 위해 서둘러 준비 중이라고 하니 우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행동을 응원하는 곳이다.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 한 방향으로 흐를 때는 홀로 역행하는 행성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거나 신기한 것이다.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여러 사람이 수세기에 걸쳐 지식을 쌓는 것, 부단한 검증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근거를 더하는 것, 내 생각을 제3자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 그것을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P58

우리는 외계인 이소연이 지상훈련으로, 우주, 실전에서, 그리고 우주에 다녀온 뒤 겪은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가 어떤 실험을 했는지 하나라도 아는 사람이 뭐가 될까? 신비로운 우주 이야기부터 그에 못지않게 놀라운 과학 정책 이야기까지. 오직 이소연만이 해주는 이야기. 그 교훈을 얻으려고 우리는 그를 우주 정거장에서 보낸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직업을 바꿨다는 이유로 그의 목소리를 낮추고 싶은 사람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세금을 ‘먹튀’하려는 자다. P109

한국형 달 탐사에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지해 주기를 바라기 위해서였다. 유학하지 않은 국내파도,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모두 괜찮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을 선택해 행성과 학자의 길로 와주길,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기회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자명했다. 어쩌면 나에게도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열심히 응하는 게 도리 아닌가. P147

내가 조용히 머무는 동안 지구는 휙 돌아간다. 1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 멈추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이 휘둥그레졌던 밤이 생각난다. 밤도 흐르고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고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갈 것이다. ~ 한낮의 열기가 식으면 여름밤 돌고래가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너무 빨리 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춘다고 해도 다 괜찮대.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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