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주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달 착륙, 화성 탐사에 관한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2020년대에는 다시 사람이 달을 걷게 되고 이후 화성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의외로 화성보다 가까운 금성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인류는 금성 탐사와 화성 탐사를 거의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탐사선이 금성 궤도를 돌거나 직접 착륙해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금성, 과연 어떤 행성일까요?
금성은 달 다음으로 밝고 초저녁 입이나 새벽에도 잘 보인다. © David Blanch flower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게 빛나는 천체가 금성입니다. 초저녁에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해서 장경성 또는 개밥바라기라고 불렀고 새벽에 보이는 금성은 샛별 또는 명성이라고도 부르는데 개밥바라기들은 개가 배고파 저녁 식사를 원할 때쯤 서쪽 하늘로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서양에서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비너스(Venus)’라고 합니다.
금성은 얼핏 보면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입니다. 크기와 질량이 비슷하기 때문에 중력도 지구의 0.9배 정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96.5% 농도가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평균기온이 462℃나 되고 표면대기압은 지구의 약 92배로 바닷속 900m 깊이에서 받는 수압과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어요.

일본 아카츠키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 © JAXA 금성에는 철과 금속이 녹아들어 생긴 핵이 있지만 왠지 지구처럼 자기장을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반면 지각 활동은 매우 활발해서 무려 10만 개가 넘는 화산이 있지요. 아마 지표면 곳곳에 용암이 넘치고 유독성 아황산가스가 대기 중에 가득 차 계란 썩는 냄새가 날 겁니다.
또한 금성의 자전 방향은 지구와 반대로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게 됩니다. 자전거 속도도 너무 느려서 금성의 하루는 지구의 117일이거든요.
금성과 지구 크기 비교. (왼쪽) 금성 표면의 레이더 이미지로 실제 색과는 다르다. (오른쪽) 아폴로 17호가 촬영한 지구. © NASA 과학자들은 금성이 형성된 초기에 바다가 존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기와 지질 분석을 통해 초기 금성이 비교적 따뜻하고 습한 기후였다는 결과를 얻었거든요. 그 후 점점 뜨거워지면서 바다가 사라졌다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최신 연구에서는 아예 금성에 바다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금성에 착륙한 최초의 탐사선은?인류는 1961년부터 금성에 탐사선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금성 궤도에 도달한 탐사선은 옛 소련 베네라 1호였는데 안타깝게도 금성에서 약 10만km 거리에서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베네라(Venera)는 러시아어로 비너스를 뜻합니다. 이후 1962년 미국의 매리너 2호가 3만 5천km 거리를 지나면서 금성 대기권을 처음으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옛 소련은 화성 탐사에서 계속된 불운을 겪었지만 금성 탐사만큼은 미국을 제치고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967년 베네라 4호는 금성 대기권에 프로브를 투하하여 대기 성분을 측정하였고, 이어 1970년에는 마침내 베네라 7호가 무사히 금성 지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베네라 4호의 모습.베네라 7호도 비슷하다. © Roscosmos 베네라 4호는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행성의 대기에서 지구로 데이터를 전달한 탐사선이고, 베네라 7호는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행성 표면 착륙에 성공한 탐사선입니다.
1976년 미국의 바이킹 탐사선이 처음으로 화성 착륙에 성공했는데 소련은 그보다 6년 앞서 금성에 착륙한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금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소련뿐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금성 착륙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미국이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화성 탐사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금성의 극한 환경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반대로 화성 착륙에 완벽하게 성공한 나라는 미국뿐입니다. 1971년 소련의 메르스 3호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지만 곧 신호가 끊겨 절반의 성공에 그쳤습니다. 어떻게 보면 금성은 소련에게 행운의 행성, 화성은 미국에만 미소 짓는 행성인 것 같습니다.
베네라 탐사선의 착륙 과정©NASA 금성에는 두꺼운 대기가 있어 낙하산에서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습니다. 화성 착륙이 어려운 이유는 대기가 희박해 낙하산 외에 역추진 로켓까지 써야 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금성 착륙이 쉽지 않습니다. 고온·고압 산성 구름을 뚫고 무사히 내릴 정도로 탐사선이 튼튼해야 합니다.
금성 대기권에 들어간 베네라 7호는 안전하게 착지하려는 의도로 약 60㎞ 고도에서 낙하산을 펼쳤지만 6분 만에 낙하산이 터지면서 그대로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속도를 미리 줄였고 기압이 매우 높아 추락 속도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19분 후에 탐사선은 약 60km/h의 속도로 지표면에 충돌했지만, 너무나 튼튼하게 만든 덕분에 정상 작동할 수 있었습니다.▲금성 표면에서 사진을 찍어라=아쉽게도 베네라 7호는 카메라를 장착하지 않았습니다. 금성 표면의 사진을 최초로 촬영한 것은 5년 후 발사된 베네라 9호였습니다.
(왼쪽) 베네라 9호, (오른쪽) 베네라 10호가 촬영한 금성 표면 이미지. © Ted Stryk 소련은 중요한 임무로 탐사선을 두 대씩 쌍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베네라 9호와 베네라 10호는 거의 동시에 발사됐습니다. 1975년 10월 22일에 베네라 9호가 먼저 착륙에 성공했고, 3일 후에는 베네라 10호도 무사히 착륙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베네라 9호가 보내온 금성의 사진은 과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침식 작용으로 금성 표면에 암석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사진속에 많은 암석들이 보였습니다. 그런 다음 금성에 대한 다양한 지질학 가설을 다시 써야 했어요.
(왼쪽) 베네라 7호 착륙 모듈 , (오른쪽) 베네라 9호 착륙 모듈 모형. © Sputnik / Aleksey Kudenko 베네라 탐사선은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졌지만, 무려 180 기압, 580℃까지 견딜 수 있었습니다. 금성의 표면 온도와 압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설계자가 처음부터 큰 오차 한계를 선택한 것입니다.
무게가 490kg이나 나갔던 베네라 7호는 당시로서는 꽤 큰 탐사선입니다. 외부는 티타늄을 이용해 구형 캡슐로 제작했고 내부에는 충격 흡수 물질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덕분에 낙하산이 찢어진 채 지면에 충돌했지만 무사히 약 20분간 신호를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작동시간이 짧았던 이유는 외부 충격이 아니라 고온·고압의 아황산 대기가 탐사선을 빠르게 부식시켰기 때문입니다.
베네라 13호가 촬영한 최초의 금성 표면 컬러 이미지. (탐사선의 모습은 상상도)©Roscosmos 소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성 표면의 컬러 사진까지 촬영했습니다. 1982년 금성에 착륙한 베네라 13호, 14호에는 컬러 카메라가 탑재돼 있는데 13호는 127분간 작동하면서 착륙선 주위의 풍경을 담아 지구로 전송할 수 있었고 나흘 뒤 착륙한 14호도 최소 57분간 작동했습니다. 두 탐사선은 풍속을 측정하기 위해 금성 대기의 풍음도 녹음한 것으로 유명합니다.향후 금성 탐사 계획은?현재 우주개발의 핫이슈는 아무래도 달, 화성탐사입니다. 하지만 금성 탐사 계획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흥 우주 강국으로 부상한 인도는 2023년 슈클라얀(Shukrayaan-1) 탐사선을 금성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이 탐사선은 10킬로그램의 풍선형 프로브를 투하해 대기 분석도 할 계획인데 55킬로미터의 고도에서 풍선처럼 장시간 떠 있기 때문에 넓은 면적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베네라 탐사선을 개발한 옛 소련의 후계자 러시아도 2026~2031년 사이에 베네라 D(Venera-D) 탐사선을 다시 금성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금성 환경에서 24시간 이상 작동할 수 있는 1.6톤 무게의 착륙선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그동안 주로 구소련 탐사선을 중심으로 금성 탐사에 대해 알아봤지만 굳이 착륙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과 유럽, 일본의 여러 탐사선이 금성 궤도를 돌며 태양계의 신비를 풀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태양계 곳곳에 탐사선을 보내 우주의 신비를 탐험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