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좀비 영화로 그의 장편 필모그래피의 시작이기도 하다. 좀비물 같은 B급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라 좀비 영화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듣고도 봤고 일부 장면을 보기도 했지만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다. 요즘 들어 추억팔이랄까, 과거에 스쳐지나갔던 명작들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2004년 영화로 10분의 법칙에 충실하고 딱 10분 뒤 제목이 나올 정도로 시기적절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피난처는 복합쇼핑몰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역설적으로 비판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영화적으로도 다양한 소품을 마음껏 활용해 위기 속 플렉스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15년 전 영화라 그리 깔끔한 진행은 아니지만 그런 생맛이 나쁘지 않다. 유리창을 깨고 변기를 날리는 모습도 마치 전시회에 변기 하나를 올려놓은 한 예술가를 떠올리게 한다. 등장인물이 아닌 TV 방송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사를 이용해 상황을 설명하는 등 현장 몰입감이 좋고 탁월한 스토리는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많고 인물 간 갈등 구도도 흥미롭다. 마침 상업영화에 감정을 고조시키는 각본이라 아직 연출가로 이름난 감독의 역량이 발휘되는 영화는 아니지만 쾌락주의에 빠져 단순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좀비물과는 다른 심리적 갈등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솔직히 모르고 봤을 때는 잭 스나이더 감독 작품인 줄 전혀 몰랐고, 알아봐도 슬로모션 정도만 그 특징으로 알 수 있는데 역시 이름 있는 감독은 어린잎부터 다른 것 같기는 하다.좀비 영화 팬이라면 이미 봤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 입문하는 초보 좀비 애호가라면 조지 A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함께 꼭 볼 것을 권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명작으로 꼽히지만, 너무 오래돼 사실 따분한 면도 크지만 ‘새벽의 저주’는 아직 커버할 만하다. 가끔 현실에 절망할 때는 오히려 세상이 저런 아포칼립스가 되길 바라는 심술궂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내가 세상 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좀비 영화에서도 좀비들을 즐겁게 물어뜯는 건 불쌍한 엑스트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화로 끝난 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