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서 어지러운… 혹시 ‘폐동맥 고혈압’ 때문이야? ●40대 여성, 이유 없이

40대 여성, 괜히 숨이 가쁜… 혹시 ‘폐동맥 고혈압’ 때문이야?기사입력 2022.01.24. 오후 7:41 기사원문 스크랩

●3년 생존율 54.3% OECD 최하위 수준에 그쳐

폐동맥 고혈압을 조기 진단 및 치료하면 현재 50% 중반에 머물고 있는 3년 생존율을 3배 정도 높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병명은 고혈압이지만 일반 고혈압과는 전혀 다른 질환이 있다.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이상으로 폐동맥혈압이 상승하는 폐 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이다. 이를 방치하면 심부전(heart failure)으로 돌연사할 위험이 높아진다.

희소 질환에 속하지만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 1,677명에서 2019년 3,003명으로 9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건강보험 급여기준 적용이 엄격하고 조기 진단·치료가 늦어져 3년 생존율이 54.3%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폐동맥 고혈압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가 매년 4,500~6,000명으로 추정된다.

◇루푸스 환자, 폐고혈압 3분의 1 차지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의 압력이 통상 25mL 이상, 운동 시 30mL 이상일 때를 말한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의 벽이 두꺼워져 폐동맥 내에서 피가 충분히 돌지 않아 발생한다.

이 때문에 폐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이유 없이 숨이 가빠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답답한 증상은 초기 운동이나 계단을 오를 때 등 움직임이 커지면 심해진다. 병이 심해지면 가만히 있어도 숨을 쉬기가 힘들어진다. 전신 무력감이나 현기증, 만성 피로감, 가슴 통증, 실신도 일어날 수 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손발 끝이 차갑게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온몸의 홍반성 낭종 환자가 호흡 곤란 등의 증상과 함께 레이노 현상이 나타나면 폐동맥 고혈압이 의심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장성아 교수는 “루푸스 환자에게서 생기는 폐동맥 고혈압도 3분의 1 정도”라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몸 안 어디에나 염증이 생길 수 있지만 염증이 폐동맥에 생기면 혈관이 좁아져 폐동맥이나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4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장성아 교수는 많은 젊은 여성들은 활동량이 많지 않고 30, 40대에는 임신,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며 건강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가벼운 호흡곤란이 와도 운동부족으로 생각해 병원을 늦게 찾는다고 말했다.

◇조기 진단·치료하면 생존율 3배 증가

폐동맥 고혈압은 진행성 난치병이다. 병의 진행을 늦추고 치료율을 높이려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혁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이 악화되면 심장우심실의 기능이 손상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평균 생존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진정 교수는 “가족력이 있거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숨이 차면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해 오른쪽 심장을 확인할 수 있는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폐고혈압연구회에 따르면 폐동맥 고혈압을 조기 진단·치료하면 생존율이 3배가량 높아진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진단 후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고 기대생존율도 7.6년까지 늘어난다. 미국과 일본 등은 조기 진단·치료가 자주 행해져 3년 생존율이 각각 73%, 82.9%에 이르렀다.

허진욱 노원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10년 전만 해도 불치병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좋은 치료제가 나오면서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고 관리할 수 있는 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일반적으로 폐동맥 특이 혈관 확장제를 사용해 폐동맥 혈압을 낮추는 치료를 한다. 폐동맥 고혈압 정도에 따라 단일 치료제를 쓰거나 두 가지 내복약으로 병용 치료한다.

약으로는 경구제·흡입제·주사제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경구제는 엔도테린 수용체 길항제(ERA), 포스포디에스타라아제-5 억제제(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제제(PC)의 3가지 계열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흡입제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제제인 이로프로스트, 주사제에는 트레프로스티닐이 있다.

박재현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일반 암환자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질환 초기부터 효과적인 병용요법 치료를 권장하는 글로벌 지침과 달리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고위험군에 한정돼 있어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윤영진 회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질병인데도 치료를 받는 환자가 연간 2000명에 그쳐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에게 생소하다고 말했다.

권 대 익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기자 프로필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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