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산울림 서포터즈로 지원받아 관람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공연정보*
공연 : 헤밍웨이 (Hemeans way) / 극단 : 주물러닝 일시 : 2021.06.23 (수) – 2021.07.04 (일) 시간 : 평일 오후 8시 / 주말, 공휴일 오후 3시 (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소극장 쌍울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57 지층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157 지층 소극장 쌍울림
작가 헤밍웨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작품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산울림 영미 고전 연극 헤밍웨이를 감상했다.내용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다소 걱정했지만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어 연극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즉 무지한 상태에서 공연을 봤을 때는 극의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전 공연 정보를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다.
줄거리
극단 <송곳>의 헤밍웨이(He Means Way) 공연은 헤밍웨이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와 ‘노인과 바다’가 중간에 등장하지만 헤밍웨이 작품이 아닌 삶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에 대해 살펴보면, 헤밍웨이는 미국 군인으로 전쟁을 겪고 작가로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대표적인 소설가로 거친 문체와 행동과 말로 잘 표현되는 남성성을 지닌 격렬하고 폭력적이며 강한 성격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극 헤밍웨이(He Means Way)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헤밍웨이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의 친구 프레데릭과의 관계, 아내, 아들과의 관계 등에서 헤밍웨이가 위장한 남성성, 모순된 모습을 들춰낸다.
산울림 소극장 A구역 17번 자리
극의 시작은 헤밍웨이의 독백이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고 하지만 쓸 수 없는 문장에 시달리는 헤밍웨이. 어머니가 준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려 하는데 그 순간 붉은 원피스를 입은 한 여인의 모습을 한 셋째 아들 그레고리 헤밍웨이가 등장한다. 그레고리 헤밍웨이는 극의 시점에서 약 30년 후에 자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고리는 헤밍웨이에게 나를 망가뜨린 것은 바로 당신이라며 내가 지고 있는 개였고, 아버지를 욕하고 진정한 남자라면 죽음을 맞이하라고 엽총을 꺼내든다.
그리고 그레고리를 비롯해 그의 친구 프레데릭, 아내 해들리, 아버지 클라렌스, 어머니 그레이스가 등장하며 그의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등을 통해 헤밍웨이의 위장된 남성성, 모순된 삶을 보여준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여기까지이 정도만 알고 보러 가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
아들, 아내, 친구, 부모와의 관계, 행동, 말에 헤밍웨이의 모순을 짚어내고 거짓 남성성의 모습이 왜 나타났는지 고민하면서 연극을 보면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소감&관객과의 대화
2021 쌍울림 고전극장 : 우리가 사랑한 영미 고전은 총 5작으로 진행되는데 작품별로 첫 번째 토요일 공연 직후 30분과 배우 및 연출자와 질의응답 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진행된다.
나는 6월 26일 토요일에 공연을 관람하고 관객들과 대화까지 해왔는데 몇 가지 인상깊었던 질문과 답변을 바탕으로 소감을 적어볼까 한다.
Q. <헤밍웨이 (He Means Way)>에서 He Means Way가 무슨 뜻입니까?
이 질문이 나오자마자 배우님과 연출자님이 작은 소리로 웃으셨고 마침내 이 질문이 나왔다고 하셨다. 부제목 같은 ‘He Means Way’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우선 헤밍웨이와 발음이 비슷해 약간의 언어유희로 He Means Way라고 하기도 했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극 마지막에 헤밍웨이가 모순을 인정하고 아들 그레고리에게 진정한 아버지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후회와 깨달음을 갖고 조언을 해주는 부분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가 뜻하는 참된 길 그렇게 해석하면 될 것 같아.
Q. 연극 주제가 위장된 남성성, 모순을 주제로 했는데 왜 헤밍웨이가 그런 인물로 살아왔나.
이건 내 질문이었지만 난 헤밍웨이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연극만 봤을 때 신앙심이 너무 깊은 어머니와 이중적인 면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헤밍웨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내 생각을 덧붙였다. 연출자나 배우분들이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어려웠는데 어떤 이유로 헤밍웨이가 모순된 삶을 살고 위장된 남성성을 선보였는지 잘 모르겠다며 헤밍웨이의 그런 모습을 소개하는 목표를 가진 연극이라고 답해주셨다.
내가 이 질문을 한 것은 연극을 다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해당 연극의 주제는 알 수 있지만 전달하려는 뜻을 몰랐기 때문이었다.헤밍웨이가 문학적, 작품적으로는 큰 결실을 맺어 많은 문학상을 받은 훌륭한 예술가로 기억되지만 그의 삶은 사실 인정하려는 그릇된 욕심과 주위 사람들을 깔보고 부수고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폭력성을 지닌 사람이었음을 잘 알려준다. 아마 이 작품을 본 사람 모두 헤밍웨이를 위대한 문학자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나는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이 관객의 생각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힘이 셀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헤밍웨이(He Means Way)에서는 그런 메시지가 집중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인간은 파괴하더라도 패배할 수는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극 초반에 이 대사가 나오는데 문장이 멋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코로나 19라는 상황이 떠오르기도 했다. 코로나 19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마스크 없이 웃고 떠들던 일상은 이제 없다. 우리는 누리고 있던 행복과 자유를 파괴당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노력하는 데 패배하지 않는다.헤밍웨이의 인생관에서 이것만은 배울 만한 태도인 것 같다.
진정한 예술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그의 셋째 아들 그레고리 헤밍웨이에게 끊임없이 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레고리 헤밍웨이를 작품의 영감 때문에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과연 그럴까? 헤밍웨이가 옳을까. 진정한 예술가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고통의 크기가 클수록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일까.설령 그렇다면 그것이 옳은가.드라마를 보는 내내 궁금증이 생겼고 내 대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고통은 정답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배우진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장준혁, 그레고리 헤밍웨이 역에 이호준, 헤들리 / 그레이스 역에 심안나, 프레데릭 / 소년 역에 유원준, 클라렌스 / 노인 역에 구본혁
프레데릭 역의 유원준 배우가 첫 눈에 들어왔는데 성량이 조금 작았지만 발성이나 목소리 톤이 아주 좋았다. 연기를 보면서 영화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 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이 생각났다!
이 밖에도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아주 잘해서 엄청난 대사량을 외워서 무대를 보여주셨다. 해당 연극을 보는 사람이라면 연기력은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짧게 쓰려다 보니 다시 분량이 많아졌지만 헤밍웨이(He Means Way)는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따라서 헤밍웨이가 궁금하거나 철학적인 생각을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헤밍웨이(He Means Way)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