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북한에서 태어난 게 죄가 아니기 때문이죠.이 편견을 한방에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처방은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세계챔피언을 꿈꾸며 매일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고 있는 젊은이, 탈북 파이터로 불리는 로드FC 종합격투기 프로선수 장정혁씨의 말입니다. 북한에는 없다는 격투기, 그는 어떻게 격투기의 프로선수가 됐을까요 격투기를 시작했던 아픈 과거
종합격투기는 두 가지 이상 서로 다른 무술로 벌이는 격투기입니다. 급소 공격, 눈싸움 같은 최소한의 금지사항만 남기고 모든 공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올해 24세의 장정혁 선수는 격투기 같은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며 프로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인생이야말로 격투기다라는 말을 좌우명에 새긴 그에게는 격투기를 시작한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2009년 열두 살이던 그는 살 길을 찾아 어머니를 따라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에 살면서 굶주림은 해결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았고 북송 위험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그로 인해 그는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길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집 마당에 샌드백을 메고 훈련을 시작했고 낯선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운동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어머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은 한국에 정착한 뒤 종합격투기 프로 선수로 성장하는 데 좋은 기회를 줬습니다.외래어인 훈련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 그의 성장에는 꿈을 응원해 준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어요. 고교 3학년에 재학 중 체육관 코치의 추천으로 TV의 유명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에 출연해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다는 탈북 소년의 꿈을 사람들에게 전한 것입니다. 주위의 많은 분들의 축하와 응원을 받고 전문 코치의 지도로 종합격투기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종합격투기 선수들은 과학적인 훈련을 해요. 북한에선 선수들이 당의 방침과 지시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로 반복적인 동작으로만 훈련을 하는데 한국은 전문 코치의 과학적인 분석과 지도 방식에 따라 이뤄집니다. 특히 아시아인들은 서양인보다 신체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체력과 근력운동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종합격투기의 길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어요. 특히 북한에서 영어를 배울 수 없는 그에게 외래어가 대부분인 격투기 훈련용어가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한번은 감독님이 그에게 백그라운드라고 소리친 적이 있어요. 뒤에서 잡아 상대를 제압하라는 뜻이지만 영어를 모르는 장 선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버렸어요. 감독은 그가 운동하기 싫어서 그런가 하고 오해하기도 했대요.데뷔전에서 일본 챔피언을 무너뜨린 장정혁 씨는 올해로 4년째 된 종합격투기 선수입니다. 힘과 기술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장 선수가 운동하는 것을 여전히 반대하신대요. 하지만 그는 한번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요.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 역사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2018년 3월 31일 청주에서 열린 ‘TFC DREAM 5’ 한일전에서 극적인 프로 선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장정혁 선수가 이날 무패를 자랑하는 일본 챔피언 니시카와 야마토를 꺾은 겁니다. 경기 승리 후 인터뷰에서 이런 가슴 뭉클한 말을 남겼다.
탈북하면서 목숨을 걸고 살았고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겸손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나이에 비해 믿음직한 그에게도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항상 존재하죠. 젊은 나이에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격투기의 특수성 때문인데요. 이승엽은 30대 후반에도 프로선수로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힘닿는 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장정혁 선수는 탈북자 후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국민들에게는 행복을 주는 멋진 선수입니다. 그는 평소 탈북자라고 당당하게 밝히며 살고 있는데 탈북자임을 숨기는 것은 오히려 한국 정착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분을 밝히면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도 있고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면 곤란합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법이니까요.처음엔 외면당하고 따돌림도 당하지만 우리가 진지하게 살다 보면 탈북민에 대한 편견도 서서히 사라질 거예요.
장정혁 선수의 최종 목표는 종합격투기 세계챔피언이 되는 것입니다. 또 운동을 하면서 받았던 사랑을 다시 나누기 위해 격투기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재능 기부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가진 가장 중요한 꿈은 통일 후 북한에 종합격투기 체육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북한에는 종합격투기라는 운동종목이 없기 때문에 첫 종합격투기 감독이 돼 후배를 잘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어머니를 따라 고향을 떠난 소년, 이제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종합격투기 프로선수로 성장한 장정혁 선수! 그가 가진 아름답고 멋진 꿈이 현실로 펼쳐질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