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바라보고 가슴으로 노래하던 22019년 겨울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맘마미아’ 공연에서 주인공 ‘도나’ 역할의 연기 1,000회를 달성했다. 배우로서, 연예인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 이벤트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는 시각장애를 가진 이소정 학생을 만났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내 마음속에 반짝인다’는 맑고 깨끗한 노래로 감동을 선사했던 소녀이다. 2020년 1월 뮤지컬 정상에 선 디바와 순진한 소녀가 사람들 앞에 나섰다. 대중적인 무대 위에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로 손을 잡고 화려하게, 밝고, 행복하게.
●이미 10대에 정해진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
10대에 좋아하는 일이 정해지면, 그 사람은 평생 일하지 않아도 돼.2019년 겨울 개봉한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주인공 대사 중 하나다. 최정원씨는 18세부터 뮤지컬을 해왔다. 1987년 롯데월드예술단에 입문했고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했다. 2020년 만 34년차 뮤지컬 무대에 오른 최정원 씨 그는 한국 드라마 포드 V 페라리의 이 대사를 듣고 자신의 삶을 떠올렸다. 너무 좋아서 ‘일’이 아닌 거, 최정원 씨에게는 그게 딱 뮤지컬이다
Q, 요즘 어떤 공연을 하고 있습니까?작년부터 ‘맘마미아’ 전국 순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도나’ 역할을 맡았습니다 귀여운 딸을 둔 싱글 맘 역할이죠. <맘마미아>는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을 중심으로 그리스의 외딴 섬에서 호텔 ‘빌라 도나’를 운영하는 ‘도나’와 그의 딸 ‘소피’의 이야기입니다. 소피의 결혼식에 자신의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샘’, ‘빌’, ‘해리’를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뮤지컬입니다. 2020년 7월까지는 전국을 돌며 <맘마미아>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Q. 2019년 12월 8일 <맘마미아>에서 ‘DONA(도나)’역 1,000회를 달성하였습니다. <맘마미아>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을것 같네요.맞아요 특히 2019년에는 딸과 동갑이었고요 그런 해에 ‘도나’ 역할 1,000회를 달성했으니까 더 특별했어요. 같은 나이의 딸을 둔 저와 ‘도나’. 소피가 고민한 것을 딸도 고민했고, 도나를 통해 저도 더 튼튼한 엄마가 된 것 같았어요. 지금 12년간 ‘도나’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도 ‘맘마미아’ 공연을 계속하면서 ‘도나’ 역으로 최장수하는 뮤지컬 배우로 남고 싶네요.

Q. 출연할 공연을 선택할 기준이 있나요?당연히있겠죠.우선전에공연했던작품들과분위기나배역이조금다른작품을고르죠. 그렇게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나와 관객이 함께 가슴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작품, 배우와 관객이 동시에 행복해질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합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감정을 나누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 기준을 충족하는 작품은 무엇입니까?<맘마미아>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아요. 다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심지어 해피엔딩 시종일관 행복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좋은 작품입니다. 맘마미아를 보셨나요? 그 공연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관객들이 환하게 웃고 계세요. 배우와 관객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정말 행복한 작품이에요.
보이지 않아도 손을 움켜쥐고 완성한 무대
여전히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최정원씨는 우연한 기회에 시각장애인 이소정씨를 만났다. KBS2 불후의 명곡에서 이소정 씨와의 합동공연을 제안받은 것이다. <불후의 명곡> 측에서 연락을 받는 순간, 최정원 씨의 머릿속에는 빨간 코트를 입고 노래하던 소정 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아도 그 별은 있다, 보이지 않아도 바람이 되어 불어온다.어두운 겨울밤을 가로지르고 있던 하얗게 빛나던 목소리. “네, 할게요. 하고 싶어요.” 2020년 1월, 최정원씨는 이소정씨와 함께 감동적인 무대를 장식하게 되었다.

이소정씨와는 어떻게 해서 맺어졌습니까?<불후의 명곡> 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소정 학생과 함께 공연 한번 해 보세요. 물론 이 오마사 씨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공연 영상을 인터넷으로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반짝이다’라는 공연이었습니다 청아한 목소리 소정의 노래를 듣고 나서 한동안 이슬처럼 맑은 목소리가 제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불후의 명곡>쪽에서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Q. <불후의 명곡>에서는 어떤 무대를 꾸몄나요?2019년에 디즈니에서 개봉한 <알라딘> 실사판 영화를 보셨나요? <알라딘>에 소개된 다양한 음악들을 소정과 함께 재해석 했습니다. “머나먼 그곳에서 일어난 이야기, 진흙 속에 숨어 있던 보석 같은 소정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라는 마음으로 무대를 꾸몄다. 그렇게 소정이를 소개한 후에 소정이가 ‘Speechless’를 부릅니다 자스민 공주가 가지고 있던 그 간절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소정의 외침과 같은, 그 노래가 끝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에서 ‘어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함께 부릅니다. 뮤지컬 형식을 좀 가져왔어요 거기에 소정이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촬영할 때 관객들이 많이 호응해 주셨어요. 박수도 많이 쳐서 무대에서 받은 감동을 표정으로 전달해 주셨어요. 소정이는 항상 음악을 해왔어요 시각이 좀 다르지만, 뭐 괜찮잖아요. 소정의 맑은 소리를 한번 들은 관객들은 소정의 음악을 잊지 못할 겁니다. 소정이랑 저의 <불후의 명곡> 무대 많이 기대해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Q,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정말 행복했습니다. 소정이는 특별한 힘이 있어요. 함께 있는 사람이 행복에 차도록 하는 힘입니다. 웃는 표정이 얼마나 맑은지 몰라요. 사실 <불후의 명곡>팀에서 처음 공연을 요청받았을 때는 ‘소정이를 위해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소정이랑 같이 연습하다 보면 오히려 제가 소정의 응원을 받고 위로를 받거든요. 공연 중에 저희만의 ‘시그널’도 있었어요. 노래를부를때는가사나음색에맞춰서표정연기를하는것도중요하죠. 소정이랑 저랑 노래할 때 손잡고 있었는데 저희만의 룰을 정했어요. 1번 꽉 잡으면 화난 표정을 짓는 것, 2번 꽉 잡으면 소정이가 잘하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 방송 볼 때 저희만의 시그널을 찾아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이소정 학생과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고 들었는데요.2019년 12월 22일 제가 대구에서 <맘마미아> 공연을 하고 있을 때 소정이와 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소정이가 “선생님 공연 꼭 가보고 싶어요” 이랬거든요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기에 딱 좋은 공연 날에 소정이랑 대구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공연 중에 소정이만의 ‘행복한 표정’을 확인했을 때는 <맘마미아> ‘도나’로서 저의 행복지수도 최대치에 달했습니다 모든 공연은 특별하지만 소정이가 와준 그 공연은 더 특별했어요.
Q, 두 분의 공연을 언젠가 또 볼 수 있나요?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나중에 소정이랑 같이 또 공연하고 싶어요. 한 달, 두 달, 1년, 2년이 지나면서 소정이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요. 저와 소정이가 함께 부른 ‘A Whole New World’ 그 뒤에 소정이가 정말 넓은 세상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소정이 세상 사랑도 그리고 소정이가 만난 새로운 세상에 대해 함께 노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 이소정 씨는 어떤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기를 원하십니까?예술가들은 노래, 춤, 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합니다. 잘해야 돼요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그거 좋은 심성이에요. 좋은 심성을 가지는 것 역시 노력해야 합니다. 소정이가 지금의 아름다운 심성을 잘 지키고 자신의 목소리에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목소리라는 소중한 보물을 가진 아이니까요.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소정이가 원하는 만큼 행복을 세상에 선사하는 예술가로 성장했으면 합니다.번쩍번쩍 빛나는 사람에게
●장애, 사회의 시선이 만든 것
드라마 ‘불후의 명곡’ 촬영 후, 이씨가 오랫동안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최정원씨는 행복감을 느낀다. 좋은 무대를 위해 진심을 담아 함께 노력했다는 데서 느끼는 행복, 그리고 재능 있는 소정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것을 보고 그 행복이 배가 된 것 같다. 『불후의 명곡』 촬영 이후, 장애가 있더라도 그 사람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는 관객이 많아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지 않고 한 시대를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 서로 아끼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최정원 씨는 많은 장애인이 대중 앞에서 자유롭게 노래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Q:장애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공연을 해왔는데 특별히 계획을 갖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요청하면 될 수 있는 대로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 적이 있어요. 공연 자체도 좋았지만 공연 전 연습과 쉬는 시간에 단원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좋았습니다.최근에도 그 단원이 무대에 섰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쁘게 생각합니다. 당시 단원들은 뇌병변과 발달장애 등 장애가 있었지만 노래 한 곡을 외우는 데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실력 있는 지휘자 선생님의 도움으로 함께 무대를 했죠.이렇게 장애 멤버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매번 배우는 게 있어요 무대에 대한 열정 저는 수십 년 동안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왔고 누구보다 무대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한 무대를 위해 내 모든 신경을 동원해서 집중하려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많이 생각했어요. 좀 더 뜨겁게 좀 더 집중해서 부르고 연기해야 된다고
Q, 장애인 예술인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할 때 비장애인 예술인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음, 글쎄요.예술가는 그냥 예술가이지 장애, 비장애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장애인과함께연습할때는배려를많이해야해서불편하지않을까?라고물어볼수도있습니다. 하지만 배려는 어차피 비장애인에게도 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사람과 같은 자리에는 항상 배려가 필요합니다. 장애인이라서 더 배려해 주고, 비장애인이라 배려를 잘 안 해주는 것 같아요. 장애와 비장애를 구별하고 배려하기보다는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상대방과 마음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수 있나요? 단지 그거예요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서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거지
Q. 장애인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필요한 건 딱 하나에요. 관객의 열린 마음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동정의 시선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엾다, 가엾다, 어쩌다가 저 지경에 이르렀을까. 저는 제 나름대로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런 시선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장애 때문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그 시선 때문에 불편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어쩌면 장애라는 것은 신체 불편이 아니라 사회 시선으로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장애’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틀렸어요. 장애인 입장에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처럼 보일 수 있어요. 마음으로 쌓은 벽, 선입견, 편견 때문이죠. 글쎄, 그렇지 않아도 우리 모두 마음속에 혹은 보이지 않는 신체 어딘가에 병이 있을 가능성이 있잖아요. 다른 사람의 시각적인 문제나 신체 불편은 장애이며 자신의 병이나 정신적인 통증은 장애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전 사회에서 만들어진 시선을 조금만 모으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소정이를 떠올려보세요. 소정이처럼 좋은 목소리를 가진 맑은 친구가 있습니다. 절대음감을 가진 천재 소녀가 있습니다 ‘A Whole New World’를 부르는 소정이를 맑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견 없이 조화를 이루는 그날을 기다리며 저도 계속 노력할 거예요.
●박보라, 사진 홍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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